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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이야기

창의융합예술교육의 실제 1
작성자크********* 조회183
등록일2024-11-13


글. 안지언(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교육학과 교수)
이메일 주소. 
anjiunful@gmail.com

 

창의융합예술교육은 일반인을 위한 예술교육으로 전문 예술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는 다르다. 우선 전문 예술인 양성 교육은 대부분, 하나의 예술 장르를 좁고 깊게 훈련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창의융합예술교육은 여러 장르를 융합하거나, 하나의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하더라도 다른 장르와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어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창의융합예술교육은 예술과 예술의 융합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융합도 시도한다. 이때 문화는 생활 문화를 포함해 인간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모든 문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창의융합예술교육을 살펴보기 위해 이전 기고에는 ‘창의융합예술교육의 개념과 그 가능성’을 정의하고, 다양한 ‘창의성’에 관한 의견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 창의적 습관, 교육 분야에서의 창의융합에 대해 소개하였다. 추가로 창의융합 인재와 창의융합교육의 현주소를 소개했다.

이번과 다음 글에서는 창의융합예술교육의 구성 원리와 그 실제를 살펴볼 것이다. 먼저 교과교육과 연계한 창의융합예술교육의 개념과 사례를 다루고, 지역 및 장소와 연계한 창의융합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또한 생애 주기별 창의융합예술교육을 논의하며, 특별히 100세 시대의 문화예술과 ‘창의적 나이 듦’에 대해 성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 창의융합예술교육 실천 사례를 제시하며 정리하고자 한다.

1) 교과 연계 주제중심 창의융합예술교육

이 교육은 특정 교과 내의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거나 여러 교과를 연계하여 구성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교과 연계 창의융합예술교육은 학생들이 교과에 흥미를 느끼도록 도와주며, 교과와 학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기존의 예술 융합이 주로 여러 예술 장르 간의 결합을 의미했던 반면, 창의융합예술교육에서의 예술 융합은 예술 언어를 직접 체험하며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융합은 다양한 예술 장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예술 언어의 유사성에 기반한다. 즉, 각 장르마다 언어는 다르지만 예술 언어의 유사성을 포착하여 서로 통합한다. 또한 감각적·은유적·직관적 사유와 같은 고유한 예술 언어 체험에 초점을 맞춰 교수·학습 원리를 구성한다.

구체적인 예로, 누리과정은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의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생활 주제를 중심으로 예술경험과 사회관계, 자연탐구 등 다른 영역과 융합하여 창의융합 교육 활동을 전개한다. 한편 초등학교에서는 단원의 주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예술 융합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어 과목에서 공감을 주제로 교육할 때는 합주나 무용으로 감정과 욕구를 읽어내는 활동을 하거나, 상대가 처한 상황을 토론연극으로 이해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교과 연계 창의융합예술교육은 국어, 과학 등 특정 과목을 중심으로 예술 융합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친환경 감수성 키우기’와 같은 주제를 통해 미술, 음악, 체육, 사회 등 여러 과목을 연계할 수도 있다. 또한 학년 중심 교육과정을 주제 중심 교육과정으로 전환하여 학년 간 교육과정을 공유하고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통해 배움 중심의 실천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 과정에서 강조된 ‘STEAM교육’2), 서울문화재단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학교예술교육 TA(Teaching Artist)’3), ‘경기형 교과 연계 교육연극사업’4)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대전문화재단의 ‘아티언스(Artience=Art+Science)’ 프로젝트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접목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사례로, 2012년부터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진행해왔다. 대전의 과학 중심 인프라와 초· 중· 고등학교가 연계하여 진행된다. ‘Artience’는 예술과 과학의 새로운 융합을 의미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결합에만 초점을 두지 않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Artience’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적 과정 및 그 결과물을 뜻한다. 아울러 예술의 다양한 장르 간 융·복합, 예술 공간 그리고 과학 공간 등 이질적 공간 간의 융·복합도 포함한다.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복합은 과학이 예술에 도움을 주는 경우와 예술이 과학의 산업화·대중화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전혀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는 ‘융합’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원 플러스 원이 아닌 새로운 영역의 결합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심’의 정의(이경화 외, 2020)5)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Sci-Art’라는 말이 가끔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 예술 장르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어 대전문화재단이 지향하는 ‘Art+Science’의 정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전문화재단의 ‘Artience’는 탈장르 예술, 비장르 예술, 몰장르 예술, 합장르 예술, 미분화 예술, 새로운 예술 등과, 앞서 언급한 융·복합적 과정과 결과물 그리고 여러 예술가 공간 간 융·복합을 포함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용어다.

이처럼 간학문적 통합교육을 실행하려면 먼저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교과를 통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통합 교육과정은 어떤 경험을 선택하는지와 속해 있는 조직에 중점을 둔다. 또한 각 교과의 지식을 학생의 흥미나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는 것이다(곽병선 외, 1982). 이런 통합적 교육을 실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주제 중심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인 ‘예술로 탐구생활’이다. 이 사업은 예술가와 교사가 함께, 자율 주제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학교 정규 수업에서 이를 실행한 후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업은 학교문화예술교육의 다양성을 높이고, 지역 내 예술가와 학교 간의 지속적 협력 체계를 마련한다. 정해진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주제를 중심으로 직접 구성하여 운영한다.


[출처] QR 범교과 학습주제와 교과 교육과정연결맵(교육부)
https://drive.google.com/file/d/13x-P72ZyYj2bkvOF-bTZi3t4mbyolw4s/view?usp=sharing


2) 지역·장소 중심 창의융합예술교육

모든 인간은 모두 유한한 존재로, 지역과 장소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지역과 예술의 융합은 지역과 그 맥락에 주목한다. 통합의 목적은 나, 타인, 사물, 그리고 세계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 것이며, 체험과 감각적 에너지를 중요시한다. 사물의 질성과 직접 만나는 몸 감각적 예술경험에 집중한다.(곽덕주·박혜연, 2021). 지역 연계 창의융합예술교육은 지역의 유무형 자원과 지역의 역사 등을 융합한 예술교육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지역의 주민, 예술가, 그리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인적 자원과 연계한 예술교육을 지역문화예술교육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역과 장소를 알아야 하는가? 아동청소년들은 특히 이동의 자유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동들은 놀이 시간과 장소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김영미 외, 2022).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 장소,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아동기 발달에 주요한 ‘세계관 및 자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 번째로, 안산의 예술공간 100℃’6)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과 후 소년: 포럼연극’이다. 안산에 거주하는 낙인찍힌 많은 사람들이 겪는 그들의 현실을 주제로 한 포럼연극이다. 이들은 이 연극을 통해, 안산 지역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기반을 두고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집중 조명하였다. 경기문화재단 및 안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지역 내 교사, 청소년, 어르신들, 예술교육가, 시민들이 함께 관객 및 포럼연극을 만들었다. 그 결과, 관람객들은 포용의 가치를 내세우며, 안산의 선감학원 이웃 공동체가 경험한 현실적 불포용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공론화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저 오래된 선감학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장소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함께 재조명하며 예술을 통해 낙인과 포용성을 점검하는 ‘현재’에 몰입한 것이다.

두 번째는 강동아트센터의 예술교육 중 프로젝트 곳곳7)의 ‘강동 피크닉’이다.
강동아트센터는 우수한 전문 공연장으로 대공연장, 소공연장, 야외 정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젝트 곳곳’은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단체로 아동부터 노인, 다문화인까지 등 다양한 대상을 만나고 있다. 2024년도 꿈다락학교를 통해, 강동피크닉 1기에서는 6세부터 10세까지의 아동 및 양육자, 그리고 2기에서는 10세부터 15세까지의 아동 및 양육자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5차시 동안에는 강동아트센터의 다양한 장소를 탐색하고, 그 장소를 바탕으로 한 움직임 활동을 실현한다. 활동 중에는 부모와의 소통과 자신의 창의적 움직임을 통해 관계를 쌓아가는 작업을 한다. 모든 참여자들의 대답은 ‘엄마, 아빠와 친해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 6차시에는 즉흥적인 움직임을 통해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동은 주체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양육자는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함께 참여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시민을 도시라는 무대의 적극적 참여자로서 자리 잡게 하고,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거리를 무대로 삼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우리는 오늘도 지역 안에서 살아가며 지역성을 익힌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제 생활과 연결하고, 지역에서 익힌 것을 학교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이뤄내길 바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문화예술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발달과 교육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융합예술교육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탐구할 준비가 되었다. 두 번째 글에서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필요성과 창의적 나이 듦을 통한 노인 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예술이 교육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탐구 과정을 통해 예술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자.

 


[출처] 예술공간100℃




강동아트센터 및 스튜디오 전경   [출처] 강동문화재단


1) 본 고는 안지언(2024) <창의융합예술교육>, 서울:학이시습 책 내용을 부분 발췌 및 수정하였습니다.
2)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글자를 것으로 과학과 예술 등을 융합적으로 다루는 교육
3) 초등 교과 연계 통합 예술 수업, 중등 정규 과정 수업과 예술 활동 연계 등의 예술교육(2006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
4)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재단 교육청과 협력하여 경기도 주요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예술 강사의 협력 방식으로 진행한 수업
4)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재단  교육청과 협력하여 경기도 주요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예술 강사의 협력 방식으로 진행한 수업
5) 이경화·전주성·태진미·양혜진·박정길·이화정·김정연·박정미(2020), 창의융합교육, 정민사
6) ‘예술공간100℃’는 2017년 경기도 안산의 청소년 거점 공간 ‘청소년열정공간99℃’, ‘청년네트워크공간1℃’로부터 발아된 씨앗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지역주민과의 건강한 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를 예술 실천 작업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본 단체는 연극을 통해 개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근본적으로 접근하며, 이는 단순히 연극을 '보거나', '하는' 것이 아닌, 연극을 통해 삶을 '느끼고', '이해하고', '나아가는' 여정을 다룬다. 이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가치를 연극이라는 예술 형태를 통해 되살리며, 개인은 물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7) 2019년 설립된 프로젝트 곳곳은 대표자 윤가연이 오랜 기간 거주한 성남시 수정구 구도심의 한 골목길에서 무용가 동료들, 동네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는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공간의 안과 밖 곳곳에서 공간에 움직임을 얹는 작업을 하고 있다.공간에서 받을 수 있는 자극과 즉흥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으며 대표 교육프로그램으로는 <공간탐사대>, <댄스피크닉>등 이 있다. 대표 거리공연 작품으로는 <허튼춤>, <노크> 등이 있다. 프로젝트 곳곳의 시작이며 대표프로그램인 <공간탐사대> 시리즈는 경기문화재단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사업을 통해 4년 동안 성남의 구도심 곳곳을 아이들과 몸으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개발 예정인 구도심의 산처럼 솟아있는 언덕과 빽빽하게 모여 있는 집들, 2미터 남짓 되는 좁은 골목길의 공간들을 몸으로 이어보는 경험을 통해 마을에 춤을 얹는 작업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별도 모집 없이 매주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서 2019년 2명으로 시작했던 참여자가 20명으로 늘어나 마무리가 되었다. 현재는 의정부, 남양주, 안산, 서울 등 도심의 공간 곳곳을 탐험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안지언 교수 소개>
안지언 교수님은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교육학과에 재직하며 아트 리서치 랩 대표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놀 권리 보장에 관한 아동의 목소리‘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박사과정 학생과 함께 수행한
‘전업 예술가가 인식하는 예술가 복지에 관한 연구‘, ‘자연기반 유아 문화예술교육 교수학습방법연구’로 학회에서 최우수 및 우수학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현장실무와 이론 연결을 위해 연구자들과 연대한 학술실천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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