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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이야기

창의융합예술교육의 실제 2
작성자크********* 조회181
등록일2024-11-14


글. 안지언(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교육학과 교수)
이메일 주소. 
anjiunful@gmail.com
 
3) 생애주기·생애사 중심 창의융합예술교육

발테스(Paul Baltes)는 인간의 발달을 전 생애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의 발달은 성인기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진행된다는 것이다(Baltes, 1987). 발달의 단계에서 영향력은 똑같이 중요하며, 어떤 시기가 더 결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변화의 방향, 시기, 순서 등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영향으로 개개인의 발달이 달라지기도 한다.(한정란, 2015).

이처럼 인간의 발달은 특정 시기에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애 전반에 걸친 주요한 발달 특성에 맞춰 문화예술교육을 구성해야 한다. 한 사람의 생애와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은 그 어떤 예술교육 프로그램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은 예술적 경험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듀이(John Dewey)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스스로를 갱신해 나가는 힘’이라고 보았다. 그는 생물이 살아 있는 한, 주변의 에너지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다(Dewey, 1916/2007). 즉,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스스로를 갱신해 나가는 과정을 삶이자 성장으로 보는 것이다.

그는 교육과 예술을 연결하는 실천가이자 학자로서 경험의 가치에 주목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주체성을 가지고 교육적 경험, 예술적 경험, 자연적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Dewey, 1934/2001). 이때 경험은 능동적 요소와 수동적 요소의 특별한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경험은 ‘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험은 ‘실험’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맹목적 경험은 누적적 성장이 없는 변덕스러운 충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즉, 경험이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생각이 반드시 개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수동적 교육이나 경험이 아닌,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경험을 통해 상호작용적인 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적 경험은 상상력과 심미성 같은 예술의 본질적 가치는 물론, 창의성과 공동체성, 문제 해결력, 공감 능력 등 다양한 기능을 습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한 가운데,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논의되는 만큼 ‘창의적 나이 듦’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개념은 영국 배링재단(The Baring Foundation)의 디렉터인 커틀러(David Cutler)가 고안한 것으로, 2017년 주한영국문화원이 주최한 콘포런스를 통해 소개됐다. ‘창의적 나이 듦’은 노인 세대의 사회 적응을 돕는 기존의 노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노인이 새로운 경험과 활동을 통해 이전의 지식, 경험과 끊임없이 대면하는 과정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창조적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참여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인지 및 신체 기능의 저하 비율이 낮았으며, 특히 인지 부분에서는 약 7배의 차이가 있었다. 더 나아가 창조적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만족도 향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Rajan, K. B·& Rajan, R. S, 2017).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노인 교육의 핵심은 노인을 단순한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주체적 참여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창의적 나이 듦은 노인이 이미 가지고 있는 여러 경험과 깨달음에 주목할 뿐만 아니라, 기존 경험과 지식과의 끊임없는 대면을 강조하는 ‘재현적 사고’로서의 활동을 중시한다.(안지언·김향미, 2022). 창의적 나이 듦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 활동과 교육은 편견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돕는다. 즉, ‘창의적 나이 듦’은 노인이 예술 활동을 단순히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창작 활동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영역, 나아가 경제적 영역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탁지현, 2019).

문화예술은 인간의 모방과 상상을 통해 사회적으로 유희를 추구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을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개인의 창의적 자기다움과 공동체성을 확장하도록 지원한다. 노년기 문화예술교육은 노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창의적 나이 듦과 회복 탄력성 향상은 경증 치매 환자를 포함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의가 현장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노인을 퇴행적 존재로 바라보거나 노인의 창의성을 부정하는 시선의 불합리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몸의 기억은 치매보다 강하다. 발레리나였던 휠체어 탄 치매환자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wb1uWDg3QM

4) 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창의융합예술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모든 연령대의 학습자들이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손실, 불평등과 같이 상호 연결된 글로벌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 가치,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도덕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의융합예술교육을 통해, 당위적 명제를 일방적으로 제시하지 않고도 더욱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뒤를 이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기로 결의한 데서 시작된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을 기반에 두고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한다. 이는 빈곤 퇴치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 해결을 지향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K-SDGs)를 수립하여, 지속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덕적 상상력은 큰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인성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 ‘물을 아껴 써야 한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등 당위적인 메시지 대신, 교수자와 학습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도덕적 상상력은 다양한 삶의 조건과 역경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자 인간 행위의 모순적 속성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점점 더 개별화되고 파편화되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가 다원화되는 시대에서, 도덕적 상상력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는 도덕적 추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도덕적 상상력은 마지막까지 상대방을 배려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게끔 도와준다.

김선욱(숭실대학교 전 부총장)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아이의 도덕적 상상력을 키우고 가상 인물과의 토론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들, 예를 들어 집단 따돌림과 같은 이슈부터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딜레마나 도덕 원리를 다룸으로써 아이들이 창의적인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판단력과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판단력과 도덕성은 사회의 삶의 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도덕적 상상력을 일으키는 창의융합예술교육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단순히 당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피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의미 있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때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적용해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산파술로 각자가 자신의 진리를 찾도록 돕는 대화 방식으로, 상대방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발견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믿음 대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진리를 찾아가도록 돕는 조건이 필요하다.

필자는 오랜 기간 이야기 기반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아동과 청소년에게 실시해왔다. 특히 그림책을 활용해 도덕적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바바얀과 마법의 별⌟은 <10대를 위한 정의>의 저자인 마이클샌들 부부가 순수한 상상력을 가진 아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집필한 동화책이다.

이 책은 모두의 미움을 받는 괴물 바바얀이 모험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사랑과 신뢰를 받는 존재로 변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친구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정체성 고민 등 아이들이 자라면서 경험하는 여러 고민과 갈등을 다룬다. 이 책은 공리주의 원리나 공동체 의식, 차별과 배제 등 다양한 문제를 도덕적 상상력을 통해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이야기를 통한 시민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시로 필자가 실시한 동화책을 통한 포용적 예술교육 사례를 살펴보자.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고 어렵게 전달하기보다는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감자밭⌟을 만났다. 이 책은 작가인 로벨(Anita Lobel)이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으로, 어머니의 감자밭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서로를 용서하는 따듯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여자들은 동화책을 읽고, 그룹별로 과정 드라마를 만들어 자신의 평화 감수성을 돌아보게 된다. 또한 참여자들은 ‘나에게 감자처럼 일상을 지키는, 작지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려보고, 일상을 지키는 힘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다.

 

평화감수성 시 짓기, 비정상회담을 통한 세계 시민 되어보기
[출처] 필자 개인소장

#철학에 기반한 창의융합예술교육 실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교육을 이야기할 때, 특정한 인재상보다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역량을 인지적 지능, 태도, 비인지적 요소들을 포함하는 ‘복잡한 행동대처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이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는 상황을 예측하고 대처하며 삶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는 압축 성장 과정으로 더 빨리, 많이 배울 것을 강조했고 교과 중심의 학습을 통해 이성적 사고를 지식의 본질로 여겼다. 그러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소통과 협력 등을 강조하는 역량 중심 사회에서는 언어나 수학적 표현, 자유로운 상상과 표현을 바탕으로 하는 창의융합예술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 문화예술교육은 인지 능력뿐만 아니라, 감성적이고 심미적인 역량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혐오와 배제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며, 타인과 공감하도록 돕는 창의융합예술교육은 공동체 의식을 고취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각자의 고유하고 풍부한 방식을 익히도록 지원한다. 창의융합예술교육은 그 융합의 원리에 따라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변화하는 교육 활동이 될 수 있으며, 평생 다양한 주제, 장소, 영역에서 실천될 수 있다.

특별한 예술적 경험과 일상적 경험의 조화는 창의적 습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창의융합예술교육의 실천과 정책 설계, 연구 방향성은 특정 분야나 대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창의융합예술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회적 공감대도 더 넓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육은 계량화와 표준화가 복잡한 데다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해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정책과 연구는 단기적인 프로그램 개발이나 효과 연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고, 교육 현장에서는 창의융합예술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담아내기보다는 교육의 수월성에 초점을 둔 실기 기능 위주 교육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예로 블랙마운틴 칼리지(BMC)를 들 수 있다. 블랙마운틴 칼리지는 듀이의 교육철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미국 공교육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이 학교는 삶과 앎의 일치, 지식과 실용의 융합을 교육 목표로 삼고 예술 경험과 지성 경험의 융합을 강조했다. 이 학교는 “예술의 속성은 인성이 먼저고 그 다음이 창의성(김희영, 2020:91)”이라는 철학을 내세웠으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했다. 이 철학은 상상력, 창의성을 도구로 삼기보다는 교육의 본질로 보고 인성 함양과 자기 성찰, 통찰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블랙마운틴 칼리지는 예술을 기반으로 한 학제 간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상상력, 창의력, 지각력, 정서 반응 및 감정 등이 지식을 얻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의 교육 모델은 예술과 기타 과목, 예술과 다른 예술의 융합처럼, 두 방식의 융복합이 중점이었다. 예술 수업은 음악, 회화, 연극, 무용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참여하도록 했다.(김희영, 2020:163∼167).

우리나라에서도 블랙마운틴 칼리지와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융합 교육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재준(2023)은 대학교육, 교양교육의 혁신 모델로 예술을 통한 융합교육을 지향하는 ‘다빈치 스쿨’을 제안했다. 그는 창의적으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에서 이 능력이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유병돈, 2023.7.10). 이를 위해 예술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수학과 기술을 통합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예술을 근간으로 한 확장성과 가능성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여 창의융합예술교육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작은 실천부터 함께 시작해보자. 지금 거주하는 지역의 작은 도서관이나, 가정, 학교, 평생 학습관, 노인회관에서 블랙마운틴칼리지나 다빈치 스쿨과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있다.

 
1) 본 고는 안지언(2024) <창의융합예술교육>, 서울:학이시습 책 내용을 부분 발췌 및 수정하였습니다.
 
<안지언 교수 소개>
안지언 교수님은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교육학과에 재직하며 아트 리서치 랩 대표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놀 권리 보장에 관한 아동의 목소리‘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박사과정 학생과 함께 수행한
‘전업 예술가가 인식하는 예술가 복지에 관한 연구‘, ‘자연기반 유아 문화예술교육 교수학습방법연구’로 학회에서 최우수 및 우수학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현장실무와 이론 연결을 위해 연구자들과 연대한 학술실천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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