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존 이야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SW(Software) 교육은 2018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단계적으로 적용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초등학교 5, 6학년 실과 교과에서도 17시간 이상을 필수로 이수하게 되었다. 중학교는 정보 교과를 선택교과에서 필수교과로 전환하였고, 고등학교에서는 심화선택이었던 정보 교과를 일반선택으로 변경하였다. 당시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일부는 ‘흥미와 소질이 있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기보다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학습 부담을 더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초·중등학교 AI(Artificial Intelligence) 교육 강화를 위해 2021년 초·중등 교원양성대학의 예비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AI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에 6개 대학을 선정했다. 선정된 대학에는 연평균 2억 원씩 3년간 재정이 지원되며, 이를 통해 교육자 자격 유형별 AI 교육과정 모형을 개발하고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개발된 교육과정은 예비 교육자의 AI 교육역량 강화와 현장 교육자의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국내 AI 분야 전문가(AI·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주임교수 등)로 구성된 ‘AI 교육역량 강화 지원단’을 운영하며, AI 교육 방향 설정을 위한 정책연구와 AI 교육 과정 컨설팅, 연구인력 전문 역량 강화, 참여대학 간 네트워크 구성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존의 언어, 수리 소양에 더해 디지털 소양이 추가되었고, 2025년부터는 초·중학교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 학교의 재량에 따라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3개년 중 일부에서 코딩 수업이 편성될 예정이다. 또한 초등학교의 정보 교육 시간은 기존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으로 각각 확대될 예정이다. 더불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대상으로 한 SW영재학급이 2022년 40개에서 2025년 7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림1]은 디지털 교육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보여준다.
[그림 1] 디지털교육 저변 확대를 위한 주요 정책 (출처: 교육부)
이처럼 교육부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2022년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을 통해 유치원부터 중등교육까지 SW·AI 교육을 확대하고, 디지털 문해력 함양을 위해 촘촘한 교육망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모든 교육자의 디지털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교육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림 2]는 교육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의 일부이다.
이러한 정책들을 보면, 교육부가 SW·AI 교육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SW·AI 교육이 창의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보 교육 시간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일부는 “창의성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지만, 그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을까? 많은 연구자들이 SW·AI 교육과 창의성 간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많은 연구에서 SW·AI 교육이 창의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은선과 박남제(2021)는 제주대학교 창의교육 거점센터에서 개발한 ‘창의 플러그드 교육모형’을 실제로 적용해본 결과, 이 모형이 초·중등학생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창의 플러그드 교육모형은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창의적 사고를 향상시키는 교육 방법이다. 이 모형은 게임처럼 재미있는 학습(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디지로그), 창의적인 이야기를 통한 학습(창의적 스토리텔링), 실습 중심의 학습(액션러닝)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블록체인, AI 인문학, 빅데이터 등을 가르칠 수 있도록 개발한 모형이다. 연구자들은 전국 초·중·고등학생 794명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사전 3.41점에서 사후 3.72점으로 향상되었음을 밝혔다. 특히 ‘문제 발견 및 분석’, ‘아이디어 생성’, ‘실행 계획’, ‘실행’, ‘설득 및 소통’, ‘혁신 성향’과 같은 모든 하위 영역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그림 3]은 창의 플러그드 모형 적용 전후로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3]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변화 비교 (출처: 최은선, 박남제)
김용민, 김태훈, 김종훈(2015)은 정보영재학급 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로봇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아두이노(Arduino)와 EV3를 활용한 로봇 프로그래밍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레고 마인드스톰 EV3 에듀케이션 버전의 구성과 실물 교구는 [그림 4]와 같다.
[그림 4] 로봇 프로그래밍 교육 활용 교구 (출처: 김용민, 김태훈, 김종훈)
특히 이들은 당시 프로그래밍 교육에 비교적 흥미가 낮았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의 도전 과제 방식을 지양하고, 학습자 스스로 활동 주제를 설정하도록 했다. 이는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학습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프로그래밍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경쟁적 과제 대신 협력적 과제를 도입해 학습자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이 창의성 향상에 효과가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Torrance의 창의성 테스트인 TTCT(Torrance Tests of Creative Thinking) 도형 A형을 활용하였다. 이 검사는 ‘그림 구성하기’, ‘그림 완성하기’, ‘쌍의 두 직선 그리기’ 등 세 가지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창의성의 하위 요소를 ‘유창성’, ‘독창성’, ‘제목의 추상성’, ‘정교성’, ‘성급한 종결에 대한 저항’으로 구분하고, 이들의 평균과 창의적 강점을 포함한 ‘창의성 지수’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교육 프로그램 전후로 실험 집단의 ‘독창성’, ‘제목의 추상성’, ‘정교성’, ‘창의성 평균’, ‘창의성 지수’가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제은과 김경현(2015)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년 6개월 동안 로봇 활용 교육을 받은 초등학교 237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창의성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검사를 통해, 로봇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창의성 측정을 위해 전경원과전경남(2008)의 초등 창의성 검사지(K-FCTES)를 사용했으며, 이 검사는 ‘유창성’, ‘독창성’, ‘개방성’, ‘민감성’의 4개 요인을 측정한다. 검사는 [그림 5]와 같이 ‘으뜸도형으로 그리기’와 ‘자극도형으로 그리기’와 같은 두 가지 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평가한다.
[그림 5] 창의성 검사지 (출처: 백제은, 김경현)
검사 결과, 장기간 로봇 활용 교육에 참여한 남학생과 여학생들의 창의성이 향상되었고, 창의성의 중요한 요소인 ‘유창성’과 ‘독창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주호와 박준형(2024)의 연구에서는 3D창작과 코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문학 공간을 재현할 수 있는 문학 수업을 개발했다. 이 수업은 총 4차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번째 차시에서는 3D 창작과 코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 속에서 작가가 형상화한 공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차시에서는 3D 창작과 코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가상 캐릭터와 공간을 창조하는 계획을 세운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직접 가상 공간을 구축해본다. 마지막 네 번째 차시에서는 최종본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언팩 데이(unpack day)’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림 6]은 고전소설 <심청전>을 활용한 수업 결과물로,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부터 용궁에 가는 장면,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까지 한 편의 영상으로 코딩하여 창작한 것이다. 해당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의 사후 역량 자가진단 결과, 창의성과 관련된 5가지 문항을 포함해 융합적 사고, 문제해결력,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 교과 내용 이해, 협업 능력 등 모든 항목에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그림 6] 3D Creation & 코딩 SW를 통한 수업 산출물 (출처: 송주호, 박준형)
창의성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함양해야 할 중요한 역량이다. 그리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SW와 AI를 적절히 활용하고, 다양한 미디어 정보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조합하는 디지털 문해력은 미래 사회에서의 기초 역량으로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본 고에서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SW·AI 교육이 창의성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과 창의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전략으로 SW·AI 교육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참고자료]
- 교육부. (2022). 디지털 리터러시, 정보를 읽는 능력을 키워라. 교육부 공식 블로그.
- 김용민, 김태훈, 김종훈. (2015). 초등학교 여학생의 창의성 신장을 위한 로봇 활용 프로그래밍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정보교육학회논문지. 19(1). 31-44.
- 백제은, 김경현. (2015). 장기간의 로봇활용교육이 초등학생의 창의성에 미치는 효과. 정보교육학회논문지. 19(1), 45-56.
- 송주호, 박준형. (2024). 창의성 신장을 위한 AI·디지털 융합 국어교육 사례 연구. 한민족어문학. 103, 147-172.
- 최은선, 박남제. (2021). 지능정보기술 활용 창의 플러그드 교육모형의 실증과 효과분석. Journal of KIIT. 19(4). 95-103.
- 하수민. (2024). 코딩 교육 의무화 바람 ··· “형태 변해도 코딩 열풍 이어질 것”. 고대신문. https://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42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