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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이야기

창의적 체험활동, 학교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작성자크********* 조회31
등록일2024-12-09


 



 

글. 유성열(공주교육대학교 강사)
 

교실 안팎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암기와 문제 풀이 중심의 전통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인성을 동시에 키우는 새로운 교육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창의적 체험활동’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를 방과 후 활동처럼 선택적으로 운영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식적인 교육과정의 핵심 영역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단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타인과 협력하는 태도, 그리고 바른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삶과 연계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이러한 역량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창의적 체험활동은 어떻게 우리 교육의 필수 요소가 되었을까? 이는 단순한 교육과정의 변화나 정책적 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 교육내용을 바라보는 관점의 확장, 그리고 창의·인성 교육을 중시하는 학교 문화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주목할 점은 창의적 체험활동이 고정된 형태가 아닌, 계속해서 진화하는 ‘살아있는 교육과정’이라는 사실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고, 봉사활동으로 인성을 함양하며, 진로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은 교과 수업만으로는 얻기 힘든 소중한 경험이 된다. 같은 활동이라도 학교와 학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창의적 체험활동만의 강점이다.

이제 창의적 체험활동은 단순한 교과 외 활동(extra-curricula)이 아닌, 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과 인성 발달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볼 것이다. 특히 학교 문화의 변화 속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갖는 교육적 가치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사들은 더욱 효과적인 창의·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며, 학부모들은 자녀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이러한 활동들이 왜 필수적인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의 새로운 얼굴: 지식 전달을 넘어 삶의 배움터로

 

우리가 떠올리는 전통적인 학교의 모습은 어떠할까? 대부분 교과서를 펴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교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학교는 교과 지식을 전달하고 배우는 공간으로만 여겨져 왔다. 교육과정은 곧 교과서였고, 수업은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에 국한되었다.

이러한 전통적 관점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학교 문화 연구’다. 이 연구들은 학교를 단순한 지식 전달 공간이 아닌, 학생들의 실제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적 환경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특히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학생을 수동적인 지식 수령자로 보는 ‘은행식 교육’을 비판하며, 학교가 학생들의 실제 삶의 맥락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듀이(John Dewey)와 같은 학자들 역시 학교 안팎의 경험이 모두 교육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보았다(Dewey, 1938; Freire, 1970; Giroux, 1985).

이러한 연구들은 학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첫째, 교육이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둘째, 학생 개개인의 배경과 경험이 중요한 교육적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셋째,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지식 전달자와 수용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교과 외 활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러한 활동들을 ‘extra-curricula’(교과 외 활동), ‘co-curricula’(교과 연계 활동), ‘special program’(특별 프로그램), ‘club activities’(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며 정규 교육과정의 일부로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의 창의적 체험활동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자율·자치활동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고, 동아리 활동으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며, 진로 활동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음은 교육부(2017)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예시한 모습이다.
 

 

100권 독서하기, 줄넘기, 경어 사용하기, 연극놀이, 뮤지컬, 텃밭 가꾸기, 나의 소질 기르기, 나의 뿌리 알아보기, 나의 꿈‧나의 희망 찾기, 모둠 활동, 신문 만들기, 칭찬 엽서 쓰기, 대화의 광장, 친구 사랑의 날 운영, 칭찬 릴레이, 독서 감상문 대회, 학예회, 미니 올림픽, 효 실천 프로그램, 인성 퀴즈대회, 국악 교육, 의형제 나눔 활동, 지역의 문화 조사하기, 문화재 답사하기, 지역 축제 조사하고 참여하기, 타임캡슐 매설, 에너지 절약 활동, 선배 초청하여 이야기 나누기 등

(교육부, 2017)


 

이러한 변화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였다. 이제 ‘공부하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더 이상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은 삶의 경험과 연결되어야 하며, 삶의 경험 또한 중요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학교가 지향하는 새로운 교육의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은 단순한 교과 외 활동이 아닌, 미래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교육내용을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과서에 담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곧 학교 교육이라고 여겼다. 국가가 정한 교과 내용을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것, 이러한 단순하고 일방향적인 구조가 전통적인 학교 교육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전통적 관점은 학교 문화에 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세 가지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 첫째, 학생의 인지적 발달뿐 아니라 정서적·사회적 성장도 교육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이해가 확산하였다. 둘째, 학생들이 자신의 실제 경험과 관련된 내용을 학습할 때 더 큰 동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셋째, 교과 지식과 실제 삶의 경험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이 커졌다.

이러한 인식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교육내용 선정 방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육내용의 초점도 함께 변화한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직업 기술과 실용적 지식이 강조되었고, 20세기 초에는 학생의 경험과 사회적 책임감이 중시되었다. 이후 스푸트니크 발사를 계기로 과학, 수학과 같은 학문적 지식이 부각되었으며, 최근에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개별 학생의 다양성을 고려한 교육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과거의 것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즉, 교과 지식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내용이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림1]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을 부르는 다양한 이름



 

이처럼 교육내용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 교육과정의 변화를 이끌었다. 북미의 ‘교과 외 활동(extra-curricula)’나 ‘교과 연계 활동(co-curricular)’, 핀란드의 ‘수업 전-후 활동(Before-and-after school activities)’, 중국의 ‘종합 실천 활동(綜合實踐活動)’, 일본의 ‘총합적 학습시간(総合的な学習の時間)’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각국은 교과 외 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하며, 이를 통해 확장된 교육내용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림2]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의 변천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교육과정을 발전시켜 왔다. 제1차 교육과정 시기부터 ‘특별활동’을 도입했고, 제6차 교육과정에서 ‘학교재량시간’을 추가했으며,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발전시켰다. 이는 교과만으로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교육내용을 충분히 다룰 수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며, 동시에 교육내용에 대한 확장된 이해를 우리 교육과정에 구현하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교육과정으로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갖는 특성

 

지금까지 살펴본 학교의 변화와 교육내용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특별한 교육과정을 탄생시켰다. 이는 단순한 과외 활동이나 교과 외 활동이 아닌, 뚜렷한 교육적 정체성을 지닌 공식적인 교육과정이다. 학교 교육과정으로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지닌 세 가지 핵심적 특성을 살펴보자.

 

· 교육내용의 탈영토화: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교육

 

창의적 체험활동의 첫 번째 특징은 ‘교육내용의 탈영토화’다. 이는 기존 교과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교육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무질서한 확장이 아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자치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이라는 명확한 영역을 설정하고, 이 안에서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새로운 내용을 발굴하고 실천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탈영토화가 곧바로 ‘재영토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과 밖의 내용을 새롭게 발굴하되, 이를 다시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 자치활동이나 진로 탐색과 같은 비교과적 경험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의미 있는 교육내용으로 자리잡게 된다.

 

· 교과와의 상호보완적 관계: 분리가 아닌 통합

 

두 번째 특징은 교과와의 ‘상호보완적 관계’다. 이는 단순히 교과 외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한편으로는 교과에서 다루지 못하는 새로운 내용을 포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하거나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관계는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에게 더욱 온전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두 영역이 서로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가진 가장 혁신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 현장에서 생성되는 교육과정: 살아있는 교육의 실현

 

세 번째 특징은 창의적 체험활동이 ‘현장에서 생성되는 교육과정’이라는 점이다. 다른 교과와 달리, 창의적 체험활동은 국가가 구체적인 내용을 사전에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학교, 교사, 학생이 함께 교육과정의 주체가 되어 지역과 학교의 특성, 학생들의 필요와 관심사를 반영한 교육내용을 만들어간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교육적 순간들, 지역 사회의 특성, 학생들의 실제적인 요구 등은 외부 전문가들이 예측하거나 계획할 수 없는 것들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세 가지 특성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한다. 교육내용의 탈영토화는 교과와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체계성을 갖추게 되고, 이는 다시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에 의해 구체적인 교육 활동으로 실현된다. 이것이 바로 창의적 체험활동이 가진 독특한 교육과정적 정체성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이러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이를 더욱 의미 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교사는 교과 수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면서도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고, 학부모는 자녀가 경험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지닌 교육적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성과 인성이 자라나는 터전, 창의적 체험활동

 

지금까지 우리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어떻게 학교 교육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가진 교육적 특성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단순한 ‘교과 외 활동’이 아닌,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함께 키워가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정으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창의적 체험활동은 세 가지 중요한 특성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다. 첫째, 기존 교과의 경계를 넘어서는 ‘교육내용의 탈영토화’를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자극한다. 둘째, 교과와의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며 문제해결력을 키운다. 셋째,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 행위 주체성과 협동심을 함양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창의적 체험활동이 전체 교육과정의 약 1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개별 교과목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한 수준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 창의성과 인성 교육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교사와 학부모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으로는 길러질 수 없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참여와 협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교사들은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 잠재력을 일깨우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기회로 삼아주시기를,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의 다양한 도전과 성장을 믿고 지지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인성을 키우는 소중한 교육의 장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문제해결력, 건강한 협력 능력, 바른 인성을 기르는 이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이 더욱 풍성하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빛나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도 함께 키워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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