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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이야기

학생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만드는 KWL 수업 모형
작성자크********* 조회50
등록일2024-12-27

 
글. 이찬희(한국교원대학교 기초학력연구소 연구원)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는 미군정 및 교수요목기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교과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과를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교과에서 다루는 내용을 교과가 추구하는 방식에 따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학생들은 교과수업 이외에도 전인적인 성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교과 외 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이라고 부른다. 즉, 국가 교육과정은 교과 교육과정과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으로 나뉘며, 학생들은 교과 수업을 배우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학교 교육에 참여한다.

국가 교육과정 차원에서 교과와 더불어 교과 외의 활동을 의미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가르친다는 것은,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제1차 교육과정기 특별활동으로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과 삶을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의 특징은 학생이 배워야 할 내용을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학생이 다룰 수 있는 영역과 활동 예시를 제시한다. 이는 실제 배울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교사와 학생에게 넘겨준다는 의미이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교과 수업은 교사가 이미 계획한 내용을 학생에게 안내하는 과정이라면,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은 미완성인 수업을 학생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학생과 함께 어떻게 창의적 체험활동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1986년 미국의 교육학자 Ogle이 제안한 KWL 모형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제시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안내하고자 한다.


Ogle이 개발한 KWL 모형이란?

1986년 Ogle이 개발한 KWL 모형은 학생이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수업 모형이다. KWL이라는 이름은 “What I Know(K:나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What I Want to Know(W:나는 무엇을 배우고 싶을까?)”, “What I Learned(L:나는 무엇을 배웠을까?)”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Ogle은 K단계에서 학생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선지식과 선경험 등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W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읽기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L단계에서는 학생이 글을 읽으면서 또는 읽고 난 후 자신이 배우고자 했던 내용을 배웠는지,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무엇인지, 기존의 지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평가하며 학습을 마무리할 수 있다.

각 단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단계는 K단계(나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다. Ogle은 KWL 수업 모형에서 K단계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선지식과 경험을 활성화하는 것이 학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Ogle은 인간의 선지식과 경험을 ‘기억 속에 저장된 모든 지식의 총체적 경험’이자 ‘스키마’라고 설명한다. 이 스키마는 학생이 내용이나 ‘읽으면서 배운 것’을 해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브레인스토밍, 질문하기, 범주화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돕는다. 교사는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 주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교환하고 때로는 모순적인 정보나 새로운 지식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고, 타인과 정보를 공유하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한다.

두 번째 단계는 W단계(나는 무엇을 배우고 싶을까?)다. 이 단계에서 핵심은 학생이 텍스트를 읽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는 것이다. 즉,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과 생각이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학생의 선지식에서 모순점을 발견하도록 질문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은 개인 활동이나 모둠 활동을 통해 텍스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텍스트를 미리 살펴보며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나 불분명한 부분을 표시하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내용을 활동지에 정리한다.

세 번째 단계는 L단계(나는 무엇을 배웠을까?)다. L단계 목표는 학생이 자기 학습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지식을 탐구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학생은 자신이 배운 것을 평가하고, 읽었던 텍스트를 다시 돌아보거나 다른 텍스트에 접근할 기회를 갖는다. 즉, 학생은 배운 것 쓰기, 배운 것 타인과 공유하기, 더 공부하고 싶은 것 찾기 등을 통해 자신이 쓴 질문과 배우고 싶은 내용 등을 다시 살펴보며 배운 것을 정리한다. 교사는 학생이 텍스트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학생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끌어내고 그 열망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Ogle은 학생이 알고 있는 것, 배우고 싶은 것, 배운 것을 결정하는 과정이 KWL 모형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학생이 알고 있는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학습이 자기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이다.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텍스트를 선택할지, 텍스트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읽고 이해할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이 배운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배운 내용을 성찰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상상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즉, 학생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과정을 이끌며, 학습 과정과 배운 내용을 평가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때 교사는 학생이 학습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선지식의 모순점을 발견하도록 돕고, 학생이 배운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만드는 KWL 모형이란?

연구자가 구안한 KWL 모형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협업해서 수업을 만드는 모형”이다.

 
기존의 여러 수업 모형은 주로 교사가 주도하는 방식이었다면, KWL 모형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협업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글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든 ‘동물들의 마음속 외침을 들어줘’ 수업을 통해 KWL 모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가 시작한 이야기는 작년 학교 선배가 실천한 ‘고라니의 죽음을 막아줘’라는 프로젝트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선배는 우리 마을 고라니를 구하기 위해 공부하고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마을 곳곳에는 동물 보호 표지판이 설치되었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학생인 우리도 선배와 같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상상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선배에게 영감을 받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어른이 다루지 못한 문제이지만 중요한 문제, 지금은 큰 문제가 아닐지라도 앞으로 우리가 대비해야 할 문제, 학생 시선으로 발견할 수 있는 문제 등을 탐색했습니다. 탐색 결과 우리는 환경문제, 아동학대, 유기동물 등이 나왔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동물’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습니다. 동물은 사람처럼 말은 못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동물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이 우리가 해결해줬으면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동물들의 마음 속 외침을 들어줘’ 이름으로 정한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22. 11. 10. ‘동물들의 마음 속 외침을 들어줘’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쓴 글 중에서)

 


K(What I Know: 나는 어떤 경험을 했는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만드는 KWL 모형에서 K는 ‘What I Know’를 의미한다. 즉, ‘K’는 어떤 주제와 관련해 경험한 것,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선경험과 지식을 활성화하고 서로 공유하는 활동을 말한다. K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주로 할 수 있다.

“What에 대해 너는 어떤 경험을 했니?”
“What을 보니까 지금 어떤 상상이 드니?”
“What을 생각하니까 어떤 느낌이 드니?”


What은 넓게 보면 주제를 의미하기도 하고, 구체적으로는 주제와 관련한 사진, 영상, 이야기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생은 What에 대해 개인 활동, 짝 활동, 모둠 활동, 전체 활동을 통해 What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Know)을 끌어낸다. 즉, 이 단계는 What을 출발점으로 하여 Know를 끌어내는 과정이다. K단계에서 학생은 주제와 관련하여 자신이 경험한 것을 제안하고, 교사는 이를 목록화하여 정리한다. 그리고 학생과 교사는 목록화한 것을 바탕으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이미 경험한 것에 대해 서로 협의하며 논의한다.
 

동물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우리나라에 동물 유기, 동물 학대가 많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영상에서는 동물을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입양한 후 잘 키우다가도 동물들을 물건처럼 밖에 내다 버리는 사건도 있었고 동물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동물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중략) 우리는 동물 학대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반 친구의 유기동물 입양 경험을 통해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까닭을 찾았습니다. 우리 반 친구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강아지를 입양했습니다. 그런데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환경, 냄새 등 위생적인 문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강아지 입양 서류는 두 장이었으며 그 서류를 작성한 후에 너무 쉽게 강아지를 케이지에서 데려갔다고 했습니다. (중략) 그래서 우리는 유기동물 입양 절차를 개선해서 유기동물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동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동물복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동물 복지란 동물이 배고픔이나 질병 따위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는 동물복지가 잘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략) 그래서 우리는 동물 복지를 여러 사람에게 알려 사람들이 일상에서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많은 농장 동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22. 11. 10. ‘동물들의 마음 속 외침을 들어줘’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쓴 글 중에서)

 

W(What I Want: 나는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

 

KWL 모형에서 W는 ‘What I Want’를 의미한다. 즉, W단계에서는 앞서 K단계에서 교사와 학생이 목록화한 제안을 바탕으로 주제와 관련해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를 떠올리고, 이를 협의하여 결정하는 과정이다. 결정된 내용은 차시(수업) 구성에 반영된다. W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주로 할 수 있다.

“너는 뭐 해보고 싶니?”
“너는 무엇을 알고 싶니?”
“너는 지금 어떤 공부를 해보고 싶니?”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궁금한 질문도 찾고 하고 싶은 것도 찾아볼 차례다. 교사와 학생은 여러 활동을 제시하고 왜 이 활동을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 자기 생각을 전하고 타인을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제시한 활동을 모아 목록화하며 목록화한 활동을 소주제별로 나누기도 한다. 우리는 ‘동물 학대’ 소주제에서 ‘동물 학대 법 개정하기’, ‘동물 학대 예방 연극 만들기’. ‘동물권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 제작하기’ 활동 등을 정했고 ‘동물 복지’ 소주제에서는 ‘동물 복지 상품 알리기’, ‘동물 복지를 알리는 노래 만들기’, ‘동물 복지 교육 제안하기’ 활동을 정했다. 마지막으로 ‘동물 유기’ 소주제에서는 ‘유기동물보호소 개선하기’,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하기’, ‘유기동물을 위한 굿즈 만들기’ 활동 등을 정했다.
(2022. 9. 22. ‘동물들의 마음 속 외침을 들어줘’ 교사의 수업 일지 중에서)

 

 

 

 

 

 

동물권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 만들기

동물 복지 알리는 포스터 만들어서 발표하기

우리 지역 동물 복지를 위한 정책 제안하기

 

 

 

 

 

 

동물권 교육 제안하기

유기동물 굿즈 만들기

유기동물 보호소를 만들기 위한 시민 서명 운동


W단계는 공유한 Know를 바탕으로 Want를 끌어내고, 그 Want를 실제 수업 활동으로 해보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W단계에서 교사와 학생은 미리 계획한 대로 수업을 하나씩 진행하며, 각 활동이 끝날 때마다 그 다음 해보고 싶은 활동을 목록에서 찾아 이어서 진행하는 꼬리 잇기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L(What I Learn: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KWL 모형에서 L은 ‘What I Learn’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이 K와 W단계를 거치면서 주제나 질문을 탐구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해보고 싶은 것을 실천한다. 또한 활동을 통해 자신이 배운 내용을 성찰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L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너는 우리가 같이 공부하면서 무엇을 배웠니?”
“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 너의 모습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니?”
“우리가 공부한 ○○을 설명해볼 수 있니?”

 

우리는 이 수업을 통해 총 세 가지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첫 번째는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세상에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동물이 살아가는 삶입니다.

첫째, 함께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가 진행한 방식은 자료조사는 함께하고 글을 쓸 때도 구글 문서로 함께하며 캠페인도 작은 축제도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려움이 있었을 때도 함께 해결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친구, 시민, 선생님 등과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어려운 일도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둘째. 세상에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막히는 부분이 많았지만 스스로 끝까지 하면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선생님, 전문가에게 가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또 제안할 때는 시의원, 시청, 교육청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알리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셋째. 동물이 살아가는 삶을 배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동물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동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대당하는 동물, 유기 당하는 동물들 등 동물이 누려야 하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는 동물이 참 많았습니다. 유기 동물은 작은 케이지 안에서 누군가 입양을 해주기를 기다려야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락사 당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동물은 죽거나 살거나 선택할 수 없다. 그저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입장으로 본다면 시한부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더욱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2022. 11. 10. ‘동물들의 마음 속 외침을 들어줘’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쓴 글 중에서)

 

L단계에서는 ‘교사가 가르친 것’뿐만 아니라, ‘교사가 직접 가르치지 않았지만 내가 공부하면서 배운 것’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학생이 배워야 할 것(성취기준)을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에게 의미 있는 배움도 함께 평가한다는 의미다. 교사는 학생이 성취기준을 이수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이해함으로써 다음 수업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배웠고, 그것을 왜 배우게 되었는지를 성찰하며, 자신의 성장 관점에서 배운 것을 앞으로 더 잘 구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학생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만들도록 이끄는 힘은 무엇인가?

학생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교육적 경험을 선정한다는 의미이다. 이 과정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교육적 경험에서 학생이 유의미한 내용을 선정하고 배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교과 수업에서도 교사가 가르치는 것 외에 학생 스스로 유의미한 내용을 배운다. 하지만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는 수업 자체가 이미 어떤 특정 교과 지식을 선정하거나 배움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은 교사와 함께 활동하면서 유의미한 내용을 스스로 선택하고 배운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교사의 관점에서 보면 개별 학생의 삶에 유의미한 활동을 마련하려 하지만, 교사가 선정한 활동이 모든 학생의 삶에 유의미한 혹은 연결된 활동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교사는 여러 학생과 함께 하나의 수업이자 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타인이 제시한 활동이 자기 삶과 연결되지 않거나, 흥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 펼쳐지는 활동을 자기 삶과 연결하는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이 그 활동과 자기 삶을 연결하거나, 그 활동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스스로 선택해서 배울 때, 학생은 그 활동을 의미 있게 여길 수 있다. 즉, 활동은 교육적 경험으로 그 경험에서 자신이 배워보고 싶은 유의미한 내용을 선정하는 주체는 학생이다. 그렇기에 교사가 학생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만들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은 바로 학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만들어가는 일은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KWL 모형에서처럼 학생이 제안하고, 그 제안한 것을 교사가 목록화하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협의하는 과정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학생에게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 글이 그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원고는 이찬희(2024)의 「초등학생이 경험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의미와 교육과정적 함의」 (『초등교육연구』, 37(3) 참조)와 「초등 통합교과 단원 개발 모형으로서 KWL 모형 구안」(『교육과정연구』, 42(1) 참조)의 일부를 수정 및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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