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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봇은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작성자기*람 조회1639
등록일2020-07-24

 

 

사람과 감성적 소통을 할 수 있는 반려 로봇은 많은 유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로도, 불평도 모릅니다. 수명이 늘어나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많지만 그를 돌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고령화 사회,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되고 결혼과 출산 등을 피하며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독신 사회에서 반려 로봇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점점 늘어날 전망입니다. 사람 감정을 인식하지만, 사람처럼 의식을 가진 존재는 아니라는 점에서 로봇이 편리한 상황도 많습니다.

[그림 1]
(출처 : 이미지 투데이 http://www.imagetoday.co.kr)

간호 로봇이 배치된 일본 양로원의 노인들은 로봇이 목욕시켜주는 것을 사람이 해주는 것보다 더 좋아합니다. 수치심을 덜 느끼기 때문입니다. 치매 환자나 자폐 환자에게 지속해서 반복적 커뮤니케이션을 시행하는 치료 과정도 사람보다 로봇이 더 적절합니다. 사람과 감정적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셜 로봇과 감성 로봇이 점점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 <그녀>, <아이로봇>, <엑스 마키나>에서 만난 것 같은 로봇과의 친밀한 감정적 소통이 과연 찾아올까요?

흰 물범 인형 모양의 파로 로봇은 임상에서 의학적 효과를 증명한 세계 최초의 심리치료 로봇입니다. 털로 덮인 피부를 만지거나 목소리를 들려주면 반응합니다. 피부 아래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반응하고 물범 소리도 냅니다. 파로는 치매 환자나 자폐증 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치료하는 데도 널리 활용하였습니다. 일본에서 개발되어 미국·캐나다·영국·덴마크·이탈리아 등으로 수출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로봇 강아지 아이보의 주인들은 2015년 1월 지바의 한 사찰에 모여 합동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소니가 1999년부터 제조·생산·판매해온 아이보에 대한 서비스를 2014년 공식 중단함에 따라, 아이보가 고장 나면 회생할 길이 사라지고 죽음을 맞음에 따른 이별 의식이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 대신 반려 로봇과 친밀관계를 맺는 게 더는 특별하지 않은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그림 2] 아이보
(출처 : 소니 홈페이지 http://sony.com)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말 소셜 로봇 지보를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지보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로봇공학자 신시아 브리질이 개발한 탁상형 로봇으로, 디스플레이 화면의 다양한 표정을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고 음성명령으로 작동합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해 학습기능이 있으며 사용자와 가족을 인식하고 개인별로 맞춤화한 반응을 합니다. 지보는 “난 단순한 기계가 아닌 로봇이에요. 심장이 있지만, 진짜 심장은 아니에요. 하지만 감정이 있어요. 비록 사람의 감정과 다르지만 말이에요.”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소니는 판매 중단했던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2018년 1월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인공지능을 탑재해 학습 기능이 배가됐고 주인과의 소통 기능은 더 긴밀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소셜 로봇들을 속속 시판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자회사가 개발한 이동성을 갖춘 소셜 로봇 쿠리, 로봇 스타트업 ‘안키(Anki)’의 소통하면서 게임하는 소형 장난감 로봇 코즈모 등 사용자와 상호관계를 통해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게 목적인 로봇들입니다. 다양한 소셜 로봇을 보급함에 따라 소셜 로봇 사용기와 함께 로봇과의 감정적 소통이 가져오는 복잡 미묘한 현상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안키는 드림웍스와 픽사의 디자이너를 고용해 코즈모가 1,200여 가지 표정과 동작을 나타내게 만들었습니다. 흥분, 놀람, 긴장, 행복, 슬픔, 좌절 등을 표현하여 사용자가 진지한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안키의 최고경영자 보리스 소프먼은 “코즈모는 사용자에게 깊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밥을 먹이고 놀아주는 등의) 돌봄을 게을리하면 사용자가 죄책감을 느끼도록 설계했다.”라고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림 3] 코즈모
(출처 : 로봇신문 http://www.irobotnews.com)

소셜 로봇은 산업용 로봇이나 청소 로봇 등과 달리 사용자와 대화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람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주 기능입니다. 최근 소셜 로봇들은 기계와의 소통에 거부감이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겨냥한 제품도 많습니다. 아이들은 최신 소셜 로봇의 주된 사용자이고, 업체들도 아이들을 위한 기능을 앞세워 홍보합니다.

애플의 시리,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등 사용자의 음성으로 작동하는 음성비서 서비스는 소셜 로봇과 소통하는 문턱을 낮추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보를 개발한 신시아 브리질은 “사람이 아이, 성인, 동물, 기계와 맺어온 관계에 이어 로봇과의 관계 구축을 시작하였으며, 로봇을 이용해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합니다.

소셜 로봇의 대중화 현상에 대해 MIT의 저명한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다르게 봅니다. 그는 소셜 로봇이 사람의 감정, 특히 아이들의 공감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경고합니다. 터클은 감정과 공감을 흉내내는 귀여운 소셜 로봇이 인간의 감정적 취약점을 이용해 인간성을 훼손하는 관계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이들은 감정적 피드백을 주고 돌봄이 필요한 로봇을 만나면 생명체의 일종으로 여기게 됩니다. 실제로 알렉사와 소셜 로봇을 사용하는 아이들은 이 기계를 생명처럼 대하고 돌봅니다.

돌봄은 애착과 애정으로 이어지는데 기계와의 감정적 소통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상호적 관계에 빠지게 됩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들어가 그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감정이 없는 로봇은 결코 사람이 겪는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터클은 “인공지능의 시뮬레이트 된 지능도 지능이지만, 기계가 흉내 낸 감정과 사랑은 사람과 다르다.”라고 말합니다.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게 만들고 돌봄을 소홀히 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소셜 로봇은 우리가 기계와 감정적 관계를 맺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진짜 고통과 감정에 둔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림 4]
(출처 : 이미지 투데이 http://www.imagetoday.co.kr)

터클은 양로원의 고독한 노인과 자폐증 환자 등에게 소셜 로봇을 제공하여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이를 두려움이나 상실의 걱정이 없는 반려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우려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인 인간성의 핵심을 잊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소셜 로봇을 시판하지 않았지만, 연구자와 개발자는 사람과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로봇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보급을 확대하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 또한 한국에도 소셜 로봇의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인공지능은 지능만이 아니라 감정마저 기계에 위임하거나 의존하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감정적 연기 능력을 갖춰 사람을 속일 수 있게 된 로봇은, 인간에게 감정의 본질을 묻습니다. 셰리 터클은 우리가 인터넷이나 로봇을 통해 기계와 형성하는 유대감은 서로를 결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팔게 하는 연결이라고 말합니다.

감정적으로 불편해지는 일을 로봇에 떠넘기는 방법을 찾으면,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돌보는 일을 로봇에 위임하게 되면 그 임무를 맡기는 사람에게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보살핌의 짐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라는 인류의 오랜 생활방식과 의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사교와 돌봄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반려 로봇은 우리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하기 어려운 정서적 부담을 회피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로봇과 감정적 유대를 경험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할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감정 중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감정들을 제거하고 내가 필요로 하는 감정들만으로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그림 5]
(출처 : 이미지 투데이 http://www.imagetoday.co.kr)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로빈 던바는 “인간 두뇌는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위한 감정적 소통과 처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체계로, 생태계에서 인간의 우월성은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적 소통능력이다.”라고 말합니다.

사람 수준의 감정 인식 및 표현 기능의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람과 비슷한 능력을 갖추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그에 대한 의존이 깊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동시에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와 특징은 희소해집니다. 감정 인식 로봇을 보급하게 되면 이 도구가 많은 사람의 감성적 상대가 되는 현상은 불가피하고, 강한 수요를 가진 관련 기술 개발과 채택을 막기 어렵습니다. 1인 사회, 고령화 사회, 개인주의가 강화할 미래에 감성형 로봇의 범용화를 예상합니다.

사람들이 감성형 로봇과 인공지능과의 관계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기대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는 자연인의 감정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과의 감정적 소통이 줄어들고 어려운 관계가 됨에 따라, 인간의 공감과 소통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인간의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림 6]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
(출처 : 블로터 http://www.bloter.net)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는 2016년 11월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을 보급한 사회에서 가장 희소성을 갖는 것은 타인과 공감할 힘을 가진 인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울트라 소셜>에서 “높은 사회성이 사람의 본질이다. 인류의 역사는 소속 집단에서 동일한 종족으로, 또 반려동물과 자의식을 지닌 동물까지 점점 공감 대상을 확대해온 과정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감성 로봇·반려 로봇의 등장은 인간 고유의 특징인 공감 능력을 훼손하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 참고자료

  • 소니 홈페이지 http://sony.com
  • 로봇신문 http://www.irobotnews.com
  • 블로터 http://www.bloter.net
구 본 권 (IT 저널리스트, <로봇시대, 인간의 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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